[추천시] 그 시절 냄새를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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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냄새를 품다.
시(時). 이진웅 사진작가/시인
뙤약볕 가득한 여름 들판
잔뜩 허릴 웅크리고
작은 손으로 큰 낫을 들어
풀들을 베어낸다.
숲이 낫에 베질 때마다.
검녹색의 숲 냄새가 날카로운 날을
타고 올라온다.
시원한 냇가 물속에 온몸을 담그고
물이 돌아나가는 커다란 돌을 베개 삼아
흰 구름 떠 있는 하늘을 쳐다보고 싶었지만
이짝 부 터 저어 짝 까지 다 베어내고 들어와!
귓가에 생생한 아버지의 목소리는
내 손목을 꼭 잡고 풀밭 너머로
날 넘어가지 못하게 한다..
땀이 찬 발에서 미끈거리던
깜장 고무신이 벗겨지며
풀숲 가시덤불에
발이 걸려 긁혀 난 상처들 위로
미칠 듯한 가려움이
붉게 피어나던 그 시절
어른이 된 지금도 가끔
여름 햇빛을 타고 스며드는
아버지의 목소리는
나를 그 들판으로 데려간다….
그럴 때면 나는
지독히도 싫었던 그 냄새를
그 목소리를 그리고 들판을
가슴 가득 들이마신다.
그리고 꽈악 품어본다.
향긋한 풀 냄새 튀어 오르던 풀벌레
그리운 그 시절 그 냄새가 그립다.
글/시인 - 원주 포토팜스튜디오 이진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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