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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 수거함의 옷, 가져가면 절도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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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의 전설'은 인어 소재를 다룬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로 SBS에서 방영됐습니다. 당시 특이한 소재로 큰 화제가 됐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인어로 등장하는 심청(전지현 분)은 허준재(이민호 분)과 커플로 엮이게 됩니다. 설정 상 인어인 심청은 허준재를 찾다 우연히 의류수거함을 발견합니다. 심청은 그 안을 뒤져 추운 날씨를 견딜 옷을 찾아 입습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의류수거함에 넣은 옷을 이렇게 심청처럼 함부로 가져가도 되는 걸까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의류수거함에서 옷 꺼내 입은 심청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심청은 허준재를 찾아 무작정 서울, 그것도 부자 동네로 오게 됩니다. 날씨 때문에 추위에 떨던 심청은 우연히 의류수거함을 발견하고 그 안을 뒤집니다. 그 안에서 아주 새 것 같아 보이는 명품 브랜드의 옷과 구두 등을 발견합니다.

심청은 입고 싶은 옷을 발견하고 꺼내다 의류수거함 옆에 있는 다른 거지에게 "
여기서 옷을 꺼내입어도 되냐"고 물어 봅니다. 그러자 그 거지는 "이 동네가 부자동네라 새것도 버린다"며 옷을 꺼내 입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합니다.

심청은 의류수거함에서 꺼내 입은 옷과 구두를 신고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구두는 색깔이 맞지 않고, 상의와 하의도 원래 짝이 아닌 것들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심청을 보는 사람들은 심청이 뛰어난 패션 센스를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부자 동네라 그런지 의류수거함에 있는 것들도 명품 브랜드 물건들이라, 짝이 맞지 않는데도 심청이 일부러 그렇게 명품을 골라 매치했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의 주인공 심청(전지현 분)이 의류수거함을 뒤지는 모습./=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 SBS 홈페이지 캡쳐.
◇의류수거함의 옷은 누구의 것일까?

심청처럼 의류수거함에서 옷이나 구두 등을 꺼내 입어도 괜찮은 걸까요? 아닙니다.

심청의 행위는 법적으로 본다면 절도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절도죄란 타인이 갖고 있는 물건을 그 사람의 의사에 반해 가져간 경우 성립합니다. 절도죄를 저지르면 6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됩니다.

헌옷수거함은 누구든지 그 안에 옷을 넣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그 안에 있는 물건들은 헌옷수거함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주체의 것이 됩니다. 정확히 누구인지는 헌옷수거함마다 다를 텐데, 대부분 민간단체에서 관리합니다.

의류수거함 내에 있는 물건들은 주인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든지 자신의 옷이나 구두 등을 헌옷수거함에 넣는 순간 그 물건은 헌옷수거함을 설치해둔 단체나 개인 등의 소유가 됩니다. 이 때문에 심청처럼 무단으로 의류수거함 안에 들어 있는 물건을 가져가면 절도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법원의 판례도 의류수거함의 옷들은 그 의류수거함을 설치하고 관리하는 사람의 소유로 봐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로 법원은 "의류수거함을 설치한 사람은 주기적으로 함 내의 옷들을 수거하는 등 관리를 하고 있다"는 점과 "의류수거함에 들어온 옷들은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재활용된다"는 점 등을 고려했습니다. 

물론 심청이 실제로 경찰의 조사를 받아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무거운 형벌을 받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당시 심청은 추웠고 따로 옷을 사서 입을 수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이런 점을 참작한다면 재판을 받게 되더라도 벌금형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의 주인공 심청(전지현 분)이 의류수거함을 뒤져 꺼내 신은 짝이 맞지 않는 구두./=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 SBS 홈페이지 캡쳐.
◇의류수거함의 물건 훔치는 사례, 실제로는?

추위 때문에 의류수거함 속 물건을 가져가 문제가 된 실제 사례가 있습니다. 드라마 속 심청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6 1월의 사건입니다. 몽골 유학생 3명은 영하 6도의 강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주택가 의류수거함에서 바지 등 옷 3벌을 꺼내 입었다가 문제가 됐습니다. 

몽골 유학생들의 모습은 설치돼 있는 CCTV에 찍혔고, 이들은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이들은 의류수거함 안에 있던 옷에 대해 주인이 없는 쓰레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에게 특수절도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이들에게 특수절도 혐의가 적용된 것은 이들이 3명이서 함께 절도를 했기 때문입니다. 특수절도는 2인 이상이 함께 절도를 한 경우 성립합니다.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돼 절도죄보다 무거운 범죄입니다.

그런가하면 지속적으로
 헌옷수거함 안의 물건들을 훔쳐 문제가 됐던 사건도 있습니다. 한 사람이 주택가 아파트 8곳을 돌며 2주간 11회에 걸쳐 500kg 상당의 헌옷을 훔쳤던 사건입니다. 밤 시간에 일부러 자동차까지 동원해 헌옷들을 챙겼다가 절도죄로 처벌을 받게 됐습니다.

의류수거함 속에 있는 헌옷들을 가져갔다가 이렇게 실제로 절도죄로 처벌 받은 사례까지 있는지 모르셨던 분들도 많을 겁니다. 안 입게 된 옷들을 기부하는 의미로 사람들이 넣어둔 것들이지만, 일단 그 안에 있는 물건들은 그 의류수거함을 관리하는 사람의 소유가 된다는 것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드라마 속의 심청처럼 주인이 없는 옷이라고 생각해 마구 가져갔다가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상 네이버법률의 법률씬스틸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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